4년 전부터 면역력과 체력이 바닥을 치고 수시로 병원신세를 지는 몸이 되었다. 매달 쓰는 비용 중 의료비가 가장 많다는 사실은 4년이 지난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이번 호산병원 진료를 통해 나처럼 몸이 약하고 여기저기 병원을 자주 다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관심가져볼만한 기능의학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다.
일단 내 몸에서 가장 심각한 것은 장 질환과 여드름.
복부 팽만, 배 꾸루룩 소리, 잦은 뿡뿡이, 변비 때문에 삶의 질이 엄청 떨어지고 피부질환(특히 얼굴의 여드름과 모낭염)뿐만 아니라 귓 속과 잇몸에 염증, 만성피로까지 달고사는 엉망진창인 몸이다. 그 외에도 동맥경화와 당뇨를 조심해야한다는 건강검진 선생님의 당부까지. 온 몸이 종합병원인 셈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앓고 있는 모든 병들이 장의 면역력이 떨어져서 그런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에 장치료할 수 있는 병원을 물색했고, 기본적으로 "지연성 알러지 검사"라는 것을 통해 내 몸에 맞지 않는 음식을 가려내는 것이 먼저 일 것 같았다. 막연히 토마토 씨가 안 좋다, 우유를 먹으면 유당 때문에 여드름이 생긴다, 장 질환에 유산균을 먹어야한다... 등 식이와 관련된 카더라만 믿고 실행했다가 포기하기를 몇 년 째 지속하고 있는 나에게는 꼭 필요한 검사라고 생각했다. 어떤 병원을 갈지 1주일동안 폭풍서치한 끝에, 양준상 선생님이 있는 압구정 호산병원 가정의학과로 결정했다.
지연성 알러지 검사나 식이요법(저탄고지)와 관련해 저명한 병원이 3-4 곳 정도 있는데, 내 기준 호산병원이 가장 싸고(20만원 후반), 실비처리도 가능하고, 병원은 물론 선생님이 워낙 유명하신 곳이었다.
병원과 선생님에 대해 조사한 뒤 신뢰가 생겨 예약전화를 걸었는데, 가장 빨리 진료볼 수 있는 날이 2달 뒤.
와우... 이렇게까지 유명한 곳인지는 몰랐다. 게다가 평일진료만 한다. 일단 호산병원이나 지연성 알러지 검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일단 전화로 예약먼저 하고 고민해도 늦지 않다. 예약제이기 때문에 예약없이 방문하면 선생님 얼굴도 볼 수 없다. 기다렸던 2달 뒤 예약날짜가 되어, 신랑이에게 연차를 쓰게 하고 같이 압구정 호산병원으로 갔다.
1층에 약국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월요일 이른 시간이었음에도 차로 가득찼다. 발렛파킹을 해주시니 주차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지하철을 타고 가면 압구정역에서 10분 정도 걸어야한다.
호산병원은 가정의학과 뿐만 아니라 다양한 진료과목이 있는 종합병원이다. 다른 과들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호산병원 산부인과는 연예인들(류현진, 하하, 별)이 많이 오는 것으로 유명하기도 하다. 친한 친구도 이 병원에서 쌍둥이 출산을 준비중인데 꽤나 만족스러워하고 있다.
가정의학과 양준상 선생님ㅇ_ㅇ
인슐린, 통증, 암 클리닉 전문. 실제로 호산병원 가정의학과를 검색하면 다이어트를 위해 저탄고지 식이요법을 배워보고자 호산병원에 간다는 후기가 대다수였다. 아무래도 기능의학은 질병 하나하나를 치료한다기보다 전체적인 몸 상태와 그 원인이 되는 대사질환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기 때문에 이렇게 다양한 질환을 다룰 수 있는 것 같다.
첫 진료인 나는, 차트를 먼저 작성했다.
처음 호산병원을 예약하고 기다리던 2달 동안 워낙 많이 검색하고 양준상 선생님의 사진을 봐서인지, 처음 본 선생님의 얼굴이 꽤나 친숙하게 느껴졌다.(ㅋㅋㅋ) 정말 유명하신 분이지만 선생님은 여전히 겸손해보이셨다. 환자가 나갈 때 문 앞까지 배웅해주시고, 문 앞에서 들어가는 환자를 맞아주시고. 사소한 부분인데 정말 좋아보였다!
호산병원 가정의학과 진료 후기
일단 어디가 아파서 왔느냐 물어보는 선생님의 질문에 명확한 병명없이, 현재 내가 불편을 느끼는 증상에 대해 줄줄줄 읊어놓았다. 내 피부를 관찰하면서 차분히 다 들어주셨다.
1. 황가스 및 구취(?) 검사 : 황가스가 기준치보다 조금 높고(20.8) 구취도 조금 있는 편으로, 몸에서 황가스가 많이 나오면 염증질환이 생길 수 밖에 없다 하셨다.
2. 진균과 세균 증식 과다: 위 두가지 검사와 현재 내 피부상태를 종합해보면 소장 내 세균과 진균이 과다 증식하여 생기는 문제들이기 때문에 항생제와 항진균제 처방으로 치료해야 한다고 했다.
3. 식단과 영양제 처방 : 황 독성이 있는 마늘, 양파, 파를 끊는다. 채소는 독성이 있기 때문에 생으로 먹지 말고 모두 익혀 먹는다. 백미와 고기가 가장 안전하므로 자유롭게 먹는다.
와우... 지금까지 내가 피부를 위해 해오던 식단과는 정반대로 제안해주셔서 멘붕이 왔다. 항상 기름진 육류는 피하고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고, 건강을 위해 양파와 마늘을 꼬박꼬박 챙겨먹어야하는 것이 일반적인 건강상식이 아니었던가? 너무 충격적인 처방이었다. 몸이 건강한 사람은 자유롭게 먹어도 문제가 없지만 나처럼 몸에 균이 많이 증식된 상태라면 필요한 식이요법이라고 설명해주셔서 일단 믿고 가기로 했다.
추가로 비타민A와 비타민D, 비타민K-2를 권장해주셨다. 나도 평소에 영양제를 챙겨먹는 편인데 내가 평소에 먹는 양보다 좀 더 늘려 2달 정도 고용량으로 복용하는 것으로 처방해주셨다.
4. 지연성 알러지 검사를 위한 채혈 : 지연성 알러지 검사뿐만 아니라 피검사를 통해 알 수 있는 몸 상태까지 확인해주신다고 했다. 현재 여드름약을 먹은지 좀 되어 간수치 검사도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잘 되었다!
일단 여드름 치료 때문에 이소트레티노인을 먹는 중이라 당장 항생제와 항진균제를 통한 장 치료는 어려워 여드름약이 끝나는 시점에 장치료를 해야 한다고 하셨다.
사실 지금이라도 당장 여드름약을 끊고 장 치료를 하고 싶었지만, 갑자기 끊었을 때 얼굴에 여드름이 폭발하면 다시 멘탈이 털릴 것 같은 두려움에.... 지금부터 여드름약 복용량을 조금씩 줄이고 한 달 뒤에 장치료 처방을 받기로 했다.
호산병원 가정의학과 - 지연성 알러지 검사 결과, 염증질환, 장치료 시작 (3) | 2020.02.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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